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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스즈메의 문단속> 2% 부족한 개연성이 몰입을 방해한 영화

by life738 2023. 6. 13.

 

개연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이유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적대하는 가문 출신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부모가 반대하는 사랑을 하는 이야기이다. 로미오는 무도회에서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결국 그들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다 죽음에 이른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희곡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외모를 보고 첫눈에 반하여 죽음을 무릅쓸 정도로 사랑하게 되는 내용은 흔한 플롯이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스즈메의 문단속'을 관람하고 개연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배경이 현대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배경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중세라면 사람들은 영화에 덜 몰입하게 된다. 예쁘고 어린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낄 순 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스즈메의 문단속'의 배경은 현대이기 때문에 더 몰입하게 된다. 심지어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더 몰입해서 영화를 보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지나가던 잘생긴 남자를 한 번 보고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하는 스즈메를 관객은 이해할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엔 스즈메가 어렸을 적에 미래의 자신과 소타를 만난 적이 있음이 드러난다. 이때 만났던 소타에 대한 기억 때문에 한눈에 반했다는 설정을 넣었다면 개연성 문제는 조금이나마 해결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영화를 다 보자마자 들었다. 여기에 차라리 등교하다가 소타를 마주치는 장면에서, 잘생겼다는 이유보다 어디서 본 적 있다는 이유로 따라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판타지 장르에서 개연성을 찾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성과 개연성을 혼동한 말이다. 판타지 장르에서 현실성을 찾지 말라고 한다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비현실적인 세계에서도 주인공은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주인공이 내린 선택은 주인공이 처한 환경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어야만 한다. 주인공의 선택을 관객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몰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너의 이름은'과 비교되는 이유

신카이 마코토는 재난을 다룬 세 편의 영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을 제작했다. '너의 이름은'에서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갈수록 영화의 완성도는 떨어진다고 비판받는다. 물론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지 모두 좋은 작품이긴 하다. '너의 이름은'에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관객이 지켜본다. 그리고 그들의 이별과 재회를 지켜보며 슬픔과 기쁨을 느낀다. 관객은 이들에게 완전히 몰입하여 영화를 관람한다. 그러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관객은 주인공에게 몰입하지 못한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요즈음 관객들에게 통하지 않는 전개이다. 결국 실제로 일어난 재난을 다룬 '스즈메의 문단속'보다, 말도 안 되는 운석 충돌 재난을 다룬 '너의 이름은'이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되어버렸다.

 

 

아쉬운 결말

마지막 문단속을 끝낸 스즈메는 자신이 어릴 적부터 갖고 있던 노란색 의자를 줍는다. 스즈메와 소타는 멀리서 어린 소녀가 다가오는 것을 본다. 소녀는 12년 전 대지진 당시 엄마를 찾던 어린 스즈메였다. 소녀는 언덕 위에 있는 스즈메와 소타를 본다. 스즈메는 과거의 자신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위로해준 후 노란색 의자를 건네준다. 여기서 지진으로 어머니를 잃은 어린 스즈메를 위로한다. 아마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여기까지 보면서 계속 집중하지 못했다. '스즈메는 왜 소타를 따라갔는가?'라는 의문을 조금 갖고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스즈메가 "죽는 건 무섭지 않지만 소타가 없는 세상에 사는 것은 무섭다."라는 말을 던진 후엔 영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타가 왜 그렇게 좋지?'라는 의문에 영화를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과거의 스즈메가 미래의 스즈메와 소타를 보는 장면이 나왔다. 그래서 이때 소타를 봤던 기억 때문에 그를 따라갔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할 만한 복선은 초반에 나오지 않았다. 이걸 좀만 신경을 썼다면 '너의 이름은'만큼 재밌게 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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