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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제목의 의미와 명연기(스포 O)

by life738 2023. 6. 16.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제목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의미

"우리가 우리에게 지은 죄를 사하여 주신 것과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주기도문의 일부이다. 극 중 인남(황정민 배우)은 국정원 소속의 킬러로서 활동하다가 은퇴 후 도피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제거하러 온 요원들을 죽이고 태국으로 떠난다. 인남은 사연이 어쨌든 살인을 저지르는 죄를 저질렀다. 그가 지은 죄를 사하여 주신다는 것은, 또는 악에서 구한다는 것은 인남의 생존이 아닌 인남의 딸 유민의 생존이다. 레이는 인남에게 인남과 관련된 모두를 죽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엔딩 장면에서 인남이 레이와 함께 수류탄을 터뜨려 죽은 후 유민에 대한 위협은 사라지게 된다. 인남의 입장에선 구원을 받은 것이다.

인남은 딸을 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비록 조직에 잡힌 모든 아이를 구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를 구해준다. 또한 돈이 없어 성전환 수술을 못하던 유이에게도 도움을 준다.(유이의 도움도 받긴 하지만) 회개를 통해 죄를 용서받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악'은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다. 먼저 유민을 위협하는 인신매매 조직과 레이를 의미할 수 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인남이 킬러로서 살면서 저지른 죄를 의미할 수 있다. 두 가지 의미 중 어떤 의미로 봐도 인남은 악으로부터 구원받았음을 알 수 있다.

 

스토리가 다가 아니다

영화의 스토리가 진부하다는 평이 많다. 스토리가 진부한 것은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한국 영화에서 대배우 2명 이상을 캐스팅하면 탄탄한 스토리를 기대하긴 힘들어졌다. 그냥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에 온 힘을 다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걱정부터 된다. 사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그냥 영화 <신세계>의 주연 배우 2명이 나오는 것에서 온 기대도 했지만, 영화가 망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더 들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영화를 봤는데 꽤나 괜찮았다. 스토리가 약간 진부하긴 하지만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이 영화는 스토리를 떠나서 눈이 즐겁다. 워낙 볼 게 많아서 차라리 스토리가 단순해서 즐기기 편한 것 같았는데, 너무 명작에 절여져서 스토리에 기대하는 것이 커진 것 같다.

볼 게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악역의 자기 PR 장면이 좋았다. 악역이 나오는 영화는 필연적으로 악역의 무시무시함을 보여주는 장면(자기 PR 장면)이 나와야함. 레이는 형을 죽인 인남에 대한 복수로 그의 주변인들을 하나씩 살해한다. "내 오야지는 조선인이었지. 백정이었던 거야."라고 말하며, 인남을 도운 시마다를 돼지처럼 잡아 죽이는 장면에서 악역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배우들의 명연기

인남을 연기한 황정민의 선한 얼굴이 킬러 역할에 안 어울린다는 평이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극 중 그가 연기한 인남은 선한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 그는 국정원 출신의 킬러이지만 우리가 이입해서 보게 되는 주인공이다. 그는 딸을 구하는 과정에서 납치된 다른 아이들도 풀어주고, 엔딩에선 유이에게도 성전환 비용을 준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선한 역할인 인남을 선한 역할로, 레이를 악역으로, 유이를 조력자로 인식하고 영화를 본다. 비슷한 스토리의 다른 영화인 레옹, 테이큰 등을 보면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지인이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선한 역할로 인식하게 된다. 인남의 경우도 은퇴한 착한 킬러이므로 황정민의 선한 얼굴이 잘 어울렸다.

이정재가 연기한 레이는 인남을 찾아 방콕에 도착해 갱단과 싸우는 장면에선 레이의 전투력을 보여줬다. 레이는 갱단을 모두 죽이고 아이스박스에 있던 얼음으로 세수해 피를 씻어낸다. 이후 얼음을 입에 잔뜩 넣어 한 번 씹고 뱉어낸다. 앞선 자기PR 시간엔 레이의 잔인함을 잘 보여줬고, 이 장면에선 레이가 싸움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정민이 연기를 잘한다고 말할 때 꼭 언급되는 역할이 유이다. 트랜스젠더인 유이의 첫 등장은 이 영화를 특색 있게 만들어줌. "이 오빠 눈빛 ㅈ같애."라고 말하며 등장하는 장면은 관객들이 살면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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