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 문화와 폴란스키 가 살인 사건
미국의 히피 문화와 폴란스키 가 살인 사건을 알고 봐야 영화를 이해하며 볼 수 있다. 보통의 경우 배경지식이 있으면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정도지만, 이 영화의 경우 배경지식이 없으면 볼 수 없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히피 문화가 유행했다. 1960년대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발발로 청년층이 계속 죽고, 새로 징집되는 상황이었다. 맬컴 엑스, 대통령 존 F. 케네디, 마틴 루터 킹의 암살이 일어났다. 결국 청년층은 이런 혼란스러운 사회를 부정하는 반문화(반사회) 운동을 일으켰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고 개인의 자유를 추구했다. 하지만 자유를 위한 마약 사용, 성적 자유를 위한 집단 난교, 집단생활 등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결국 폴란스키 가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찰스 맨슨은 자신을 신격화해 추종자들을 모아 맨슨 패밀리를 만들었다. 그들은 떠돌아다니며, 집주인의 성욕을 해결해주는 대신 거처를 제공받는 식으로 생활했다. 찰스 맨슨은 자기 노래를 비판한 음반 제작자에 대한 살인을 추종자들에게 명령했고, 추종자들은 LSD에 취한 상태로 집을 찾아가 그 집에 있던 모두를 매우, 매우 잔인하게 살해한다. 그러나 음반 제작자는 이미 이사 간 후였고 그들의 집에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영화 <피아니스트> 감독)의 아내인 샤론 테이트와 그녀가 초대한 손님들이 있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촬영을 위해 해외에 있었다.
히피 문화는 시작은 좋은 취지라고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생산적인 활동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마약에 중독되다 보면 본래의 취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질될 수밖에 없었다. 마약 중독과 난교로 인한 에이즈 확산 등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히피 문화는 폴란스키 가 살인 사건 이후 사장되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히피 문화가 판을 치던 미국의 1960년대에 일어난 폴란스키 가 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이 사건이 영화의 주 플롯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즐기려면(물론 슬픈 사건이기에 즐긴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해할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알아야 한다.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도 이 사건을 관객들이 알고 있을 것이란 전제로 제작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변천
'고전 영화' 하면 떠오르는 연극 톤의 발성과 교과서적인 촬영 기법. 이런 작품들은 1950년대 이전의 할리우드 작품들의 특징이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존 F. 케네디 암살 등의 혼란스러운 일들이 일상이 되면서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영화를 지향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연기를 원하게 되면서, 영화사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1960년대부턴 고전 영화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 반문화적인 영화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는 서부 영화의 변천을 다룬다. 1930-1950년대는 서부 영화(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 영어로는 '웨스턴')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고 전형적인 촬영 방식을 고집한 기존의 서부 영화는 한물갔다. 1960년대부터 영화사의 흐름에 따라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산 저예산 서부 영화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에선 권선징악을 비틀고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모두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영화사의 흐름이 바뀌면서 배우들의 연기 방식도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말론 브란도'의 메소드 연기 같은 것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배우들은 새로운 영화사의 흐름에 맞춰 연기 방식을 바꾸거나, 도태되었다. 극 중 릭 달튼은 '기존의 배우들'에 속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의 특징은 시도 때도 없는 사담과 폭력성(잔인함)이다. 그의 영화는 대체로 러닝타임이 긴데, 시도 때도 없이 등장인물들이 사담을 나누기 때문이다. 보통 사담을 나누며 잔잔하게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B급 영화 같은 폭력적인 장면이 나온다.(물론 폭력적인 대사는 영화 내내 나온다) 대신 대체로 악인에 대한 폭력성이므로 불쾌하진 않다. 이런 폭력적인 영화가 유명한 이유가 무엇일까?
악인에 대한 폭력과 찰진 사담은 오락영화로써 영화를 빛낸다. 그러나 쿠엔틴 타란티노는 여기에 약간의 '주제'를 더한다. 평면적인 등장인물을 통해 "영화의 주제는 이겁니다."라고 대놓고 주입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주제가 영화의 메인이 되진 않는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선 복수하는 사람도 흑인이고, 악인의 조력자도 흑인이다. <헤이트풀8>의 두 주인공 중 흑인 주인공은 차별받긴 했지만 잘못도 저지른 사람이고, 백인 주인공은 인종차별주의자이지만 흑인과 협력한다. 주제를 대놓고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흑인이 노예 생활을 하는 등의 장면으로 문제를 보여주고 직접 생각해보게 만든다.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을 통해 문제에 대해 직접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평면적인 등장인물을 통해 '역사 속 모든 억압받은 흑인은 착하고 백인은 그들의 적이다'라는 편견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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