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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화내지만, 아무것도 안 한다(스포 O)

by life738 2023. 6. 19.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화를 내지만 아무것도 하진 않는다

클리프는 히피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조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클리프는 조지가 히피들에게 이용당하는 것인지 걱정하지만, 조지는 스퀴키가 자신과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조지는 스퀴키가 FBI(TV 프로그램)를 같이 보면서 졸면 화를 낸다고 말한다. 엄청 화나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아무것도 안 한다고 말한다. 감독이 이 대사에 큰 의미를 부여했는진 모르겠지만 이건 히피 문화의 어두운 면을 나타내는 말처럼 느껴졌다. 히피들은 부정적인 사회에 실망해 반문화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의미는 곧 변질되어, 마약에 중독되어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그들은 사회에 큰 불만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하는 것은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FBI(TV)를 시청하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가진 불만의 화살은 FBI에 출연하는 배우 릭에게 향하게 된다.

아무것도 안 하는 히피들의 모습은 릭, 클리프, 샤론과 대조되면서 모순성이 드러난다. 릭은 서부 영화의 변화 때문에 도태될 뻔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클리프도 릭과 함께 힘든 시기를 보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샤론 테이트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모습과 히피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 중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히피들은 전쟁영웅인 클리프에게 "눈이 먼 사람은 조지가 아니야. 당신이야."라고 말한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사람들은 귀국해 베이비킬러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히피들에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극 중 샤론이 히피를 태워주고(히피들의 주된 이동 수단은 히치 하이킹이였다) 내려주면서 포옹까지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극 중 히피들은 샤론을 살해하려고 한다.

 

 

할리우드 영화가 살인을 가르쳤다

극 중 맨슨 패밀리는 할리우드 영화가 살인을 가르쳤다며, "우리에게 살인을 가르친 배우를 죽이자."라며 릭을 죽이러 간다. 이 말을 들으면서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 말에 대한 반론을 이 영화에서 제시한 것이라고 느껴졌다.

영화는 많은 사람을 위로한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등장으로 한물간 배우들을 위로했다. 더 크게 보면, 영화사의 변천으로 도태된 많은 이들을 위로했다. 결정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린 샤론 테이트를 위로했다. 그녀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웃으며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영화의 마지막 10분을 보며 잔인하다고는 느꼈지만 통쾌했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이 영화를 보고도 쿠엔틴 타란티노가 폭력성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욕할 수 있을까?

그의 영화를 '폭력성 넘치는 B급 오락 영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중요한 말을 빼먹은 것이다. 그의 영화는 '악인에 대한 폭력성이 넘치는 B급 감성의 오락 영화'이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선 흑인 노예를 학대한 노예 제도에 대한 복수를, 이 영화에선 맨슨 패밀리에 대한 복수를 한 것이다.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방법

영화를 다 보고 평을 찾아보니 다른 영화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서스펜스)이 덜했다는 평이 있었다.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과 연관된 내용은 영화의 마지막 10분 정도에만 등장한다. 그전까진 릭, 클리프, 샤론의 일상을 보여준다. 클리프가 히피의 거주지에 가 맨슨 패밀리를 만나는 장면을 제외하면 긴장되는 부분은 사실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이 되었다. 영화의 중간중간에 샤론의 행복한 일상이 나올 때마다 그녀의 결말이 걱정되어 긴장이 되었다. 릭의 인생이 잘 풀려갈수록 그의 결말이 걱정되어 긴장이 되었다. 클리프가 강하다는 것은 극 중 내내 표현이 되었지만, 맨슨 패밀리가 다가오는데 LSD 담배를 필 땐 그가 허무하게 죽겠구나 하는 걱정에 긴장이 되었다.

보통 영화 속의 빌런이 자신의 잔인함을 보여주며 등장하고, 관객은 그에 공포를 느끼며 강한 빌런을 주인공이 어떻게 상대할지 걱정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 밖의 빌런을 영화로 데리고 왔다. 폴란스키 가 살인 사건에 의해 영화 속 히피들에 대한 공포는 이미 관객에게 있다. 관객은 브래드 피트의 집에 히피들이 도착했을 때, 실제 사건을 알기에 걱정한다.(샤론의 집에 가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정리하자면 사건을 알고 있는 관객에겐 클리프가 슈퍼 히어로처럼 빌런들을 때려눕히기 전까진 서스펜스의 연속이었다. 2시간 동안의 긴 서스펜스의 끝에 나온 클리프의 참교육은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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