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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파이트 클럽> 때려서 위로하고 맞아서 위로받는다(스포 O)

by life738 2023. 6. 24.

파이트 클럽

 

파이트 클럽의 의미

나레이터(에드워드 노튼 배우)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으로 의사를 찾아간다. 그는 수면제 처방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따진다. 그러나 의사는 불면증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진짜 힘든 사람들을 보려면 고환암 환자 모임을 찾아가라고 한다. 나레이터는 고환암 환자 모임을 찾아가 환자 행세를 하며 위로받는다. 그는 위로받기 위해 고환암 환자 모임, 결핵 환자 모임, 기생충 환자 모임 등에 전부 출석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그것이 거짓된 것임을 깨닫고 그만둔다.

위로받을 곳을 잃은 나레이터는 파이트 클럽을 만든다. 파이트 클럽에서 타일러 더든은 말한다. "우리는 역사로부터 버림받은 두 번째 아이다. 2차 세계대전도, 대공황도 겪지 않았지만 우리는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 말엔 파이트 클럽의 핵심이 담겨 있다. 더 이상 전쟁도, 경제적 위기도 없다. 더 이상 질병도 우리의 걱정이 아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은 자본주의 사회가 초래한 정신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통엔 환자 모임도 없고, 사회에서도 질병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파이트 클럽은 이런 갈 곳 없는 환자들이 위로받기 위한 모임이다.

 

 

폭력의 의미

이 영화에 나오는 폭력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행하는 폭력이다. 일종의 자해이다. 나레이터가 혼자서 자신을 폭행하는 장면에서는 대놓고 자해 행위임이 드러난다.

나레이터는 출장을 가는 비행기에서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꿈(그의 자살하고 싶은 욕망이다)을 꾼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파이트 클럽에서 해소한다. 파이트 클럽에서 행하는 싸움의 핵심은 때리는 것이 아닌 맞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죽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자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자해의 목적은 스트레스 해소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고환암 환자 모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위로한다.

 

 

소수의 반달리즘 따위가 아니다

극 중 파이트 클럽의 단원들은 계속 늘어난다. 단원들은 상대적으로 빈곤하다는 느낌을 주는 블루 칼라만이 아니다. 파이트 클럽을 만든 나레이터는 화이트 칼라다. 목사도 파이트 클럽에 가입한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에조차 단원들이 속해있다. 빈곤한 하위 계층의 반달리즘 따위가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표현한 것이다.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살던 나레이터가 파이트 클럽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저 소수 하위 계층의 스트레스가 파이트 클럽과 테러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사회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행하는 테러의 대상은 특정 인물이 아니다. 이들의 테러는 건물의 붕괴로 표현되는, 사회의 붕괴를 의미한다.

 

 

허상

나레이터는 "다른 사람들처럼 이케아 제품으로 집을 꾸미려는 노예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노예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자신이 허상을 좇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것은 그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지 못한다.

고환암 환자 모임에서 환자 행세를 하며 위로받던 나레이터의 앞에 말라가 처음 등장한다. 나레이터는 "그녀의 거짓말이 나의 거짓말을 비췄다."라고 말한다. 그 순간 나레이터는 더 이상 환자 모임에서 위로받지 못하게 된다. 이케아가 그에게 진정한 행복을 주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탄탄한 구성

장기의 1인칭 시점에서 쓴 책을 읽는다. 이후 상사와 말싸움하는 장면에서 그는 말한다. "I'm Jack's complete lack of surprise."(Complete lack of surprise는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음), "I'm Jack's smirking revenge."(Smirking revenge는 어리석은 복수심이라는 뜻이라는데, '어리석은'은 맞는지 모르겠음)라고 말한다.

Jack은 외국에서 철수와 영희 같은 느낌으로 많이 쓴다. 외국에선 자기 자신을 저렇게 Jack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더라. 자아가 2개인 나레이터를 잘 표현하는 방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에서 나레이터는 타일러와의 첫 싸움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이는 첫 싸움 또한 이 장면과 같이 혼자서 했던 싸움이란 걸 암시한다. 이 장면에서 영화가 탄탄하게 구성되어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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