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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아메리칸 사이코> 오프닝과 엔딩의 수미상관

by life738 2023. 6. 26.

아메리칸 사이코

 

패트릭을 얼간이라고 부르는 이유

영화는 패트릭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오프닝에서 패트릭은 운동하고 피부를 관리하며 자신을 꾸며내지만, "그러나 그것은 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엔딩에서도 "속마음은 상관없다.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실제인지 허상인지 자신도 구분하지 못하는 패트릭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즉 패트릭이 저지른 살인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이 허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그의 동료들이 그에게 "패트릭은 얼간이잖아."라고 말하는 장면들에서 알 수 있다. 극 중 패트릭이 보여준 모습은 여피족으로서 완벽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동료들이 그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며 말할 때 꼭 "패트릭은 얼간이야."라고 말한다. 이는 남들이 보는 자기 모습이 아닌, 패트릭의 시점으로 본 자기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여피족들 사이에서 얼간이 취급받지만,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되는 모습이 영화에 보여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그의 실제 모습은 루이스에 가까울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단점을 공유하는 사람을 혐오한다.(여기서 단점은 콤플렉스에 가까운 의미로, 예를 들자면 마른 것이 콤플렉스인 사람이 마른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하는 현상 같은 걸 의미한다) 루이스야말로 얼간이라고 불릴 것 같은 느낌인데, 극 중 얼간이라는 소리는 패트릭이 제일 많이 듣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패트릭은 사장의 아들이자 루이스가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인데 말이다.

 

 

모순

패트릭은 여피족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가 폴 앨런을 살해할 때 틀고 있는 노래, Hip to be square에도 그것이 드러난다. Hip to be square는 우리가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 힙하다(유행이다)는 의미이다. 이는 소속감을 느낄 때 안정감을 느끼는 패트릭을 대변하는 노래다. 그러나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패트릭은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정략결혼을 한다. 그래서 불륜을 저지른다. 물질주의를 비판하지만, 물질적인 것을 추구한다. 인종차별과 기아 등의 사회문제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노숙자를 죽이는 상상을 한다. 결정적으로 여피족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하면서도, "여피족 죽어라."라는 낙서가 새겨진 집안을 상상한다.

영화의 엔딩에선 이러한 모순이 여피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님이 드러난다. 자신이 겪은 일 중 어느 것이 현실인지, 어느 것이 허상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된 패트릭은 앉아서 레이건의 연설을 바라본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란-콘트라 사건을 언급한다. 이는 뒤에서 전쟁을 부추긴 사실이 드러나, 미국이 겉모습과는 다른 속마음을 갖고 있음이 들통난 사건이다. 이는 패트릭의 마음과도 비슷하다. 사실 거의 같다고 볼 수도 있다.

 

 

허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감독은 일부러 관객이 이것이 환상인지 아닌지 모르게 했다. 실제로 벌어진 일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의 결말에서 그것이 드러난다.

"But inside doesn't matter."  자신의 범행이 진실인지 허상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범행을 인정해도, 자기 입으로 범행 사실을 고백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내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라고 하며 영화의 오프닝과 비슷한 결말에 이른다.

패트릭의 시점에서 그려진 영화에서, 패트릭은 자기 자신조차 모르겠다고 하며 영화가 끝이 난다. 패트릭도 모르는데 관객이 알 리는 없다. 중요한 것은 허영심을 쫓다 보니 패트릭이 진실인지 허상인지도 구분 못하는 사이코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명장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당연히 패트릭이 폴 앨런을 죽이는 장면이다. 이전까지 절제된 모습만 보여주던 패트릭이 노래에 맞춰 익살스럽게 춤을 추며 노래에 관해 설명한다. 영화를 보기 전 이 장면을 먼저 봤는데, 주인공이 짐 캐리인줄 알았다. 짐 캐리가 아닌 크리스천 베일임을 알게 된 후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곡은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의 Hip to be square이다. Square는 사각형으로 딱 들어맞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사회의 규범이나 유행에 잘 들어맞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왓챠에선 이걸 '네모진 건 좋은 거야.'라고 번역해뒀는데, 참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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